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공간에서 바라본 지구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.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. ‘나’라는 생명체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다. 그러나 ‘나’라는 생명체가 38억 년 동안 생명의 기원, 지구의 기원, 우주의 기원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.
더 놀라운 것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고 그 기원의 결과물인 DNA를 공유한다는 것이다.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쉽게 지나쳤던 식물도 하찮게 여기는 작은 동물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.
칼 세이건은「COSMOS」에서 ‘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을 기대한다.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’이라고 했다. 하지만 나는 지금 가까이에 있는 꽃 한 송이, 씨앗 하나, 열매 하나, 작은 동물 하나에서 우주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. 그 작은 생명체 하나하나가 코스모스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. 이 노래는 ‘나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갈 것인가’에 대한 답가다.
– 작가노트 중 2020. 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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