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rd작가노트 2019

생명의 푸가 Fugue of Life

식탁에서 멸치를 처음 대면했을 때 그것은 마른 멸치이고 죽은 미라였다. 그런 멸치가 어느 순간 하나의 생명체로 환생했다. 멸치도 나도 별의 여행을 통해서 숭고한 생명의 궤도 위에 올라서게 된 것이다. 우리는 모두 별에서 왔고 다시 별로 돌아갈 것이기 때문이다. 가스 구름에서 성운이, 성운에서 은하가, 은하에서 별이, 그 별에서 지구 행성이 탄생하고, 지구 행성에서 멸치와 내가 탄생한다. 멸치와 나는 생을 다한 후 이름 모를 어느 성운으로 되돌아가고, 그 성운은 초신성을 거치면서 또 다른 별을 잉태한다. 나는 지금 코스모스의 바닷가, 지구 한 모퉁이에 서 있다. 깜깜한 밤하늘을 올려본다. 하나둘 별이 반짝이기 시작한다. 내가 태어난 곳은 어느 별일까, 돌아갈 곳은 어느 별일까. 

수십 억 년 전에 죽은 별들은 과거의 나와 마주했고 또한 현생의 나와 마주하고 있다. 과거의 나와 과거의 멸치는 미라가 되고 성운이 되고 어느 별이 되어 미래의 나와 미래의 멸치와 마주하게 될 것이다. 이렇게 우리 모두는 별이라는 통로를 통해 태어나고 죽으며 만나고 헤어진다  

– 작가노트 중 2019. 12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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